우리 집은 그날이 그날이다~~
신혼 초에 시어머님이 늘상 하시던 말씀이다.
네~ 하면서도.. 내심 지금 시대에 변화 없는 삶이 맞아? 주변이 이렇게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머릿속으로는 부정하면서 어른들 흔히 하는 소리로 그땐 그런 건가 보다 흘려들었었다.
나이 들면서 자식 대에도 평안함의 일상이 유지되기를 소망처럼 말씀하신 게 아닌가 짐작된다.
자식들 대하는 지금... 내 마음이 그리되는 걸 보면...
어머님 19주기 제삿날이다.
4형제 맏며느리인 나는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나름 내 위치에서 역할을 하고자 노력해 왔다.
제사음식 준비를 하면서 지난 30년 세월이 띄엄띄엄 소환된다.
결혼 11년 차에 시어머님이 먼저 돌아가시고 그 후 8년 뒤에는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다.
11년 같이 한 세월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겠지만..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같이 한시간은 절대 가볍지 않다.
결혼 전부터 긴 시간 암 투병으로 고생하신 시어머님과의 시간은 특히 더했다.
9남매 맏이셨던 시어머님은 많이 배우신 분은 아니어도 그릇이 크고 마음이 넉넉하셔서
어른으로서 배울 점이 많았다.
깐깐하고 꼼꼼한 남편, 조용하지만 기센 아들 4형제...
5부자 틈에 웬만한 장성보다 더 투박하셨지만
그럼에도 여자는 여자...
겁도 많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소녀소녀 한 부분도 있어 감추어진 외로운 부분도 많은 분이셨다.
그런 부분 나와 소통이 돼서 아주 좋아해 주셨고 나 또한 어머님과 정이 많이 들었다.
어느 집안이나 갈등 없는 집은 없겠지만..
두 분 다 돌아가시고 누적된 갈등이 나의 갱년기와 맞물리면서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래도 돌아가신 부모님이지만 제사를 통해 형제들을 자동 소환하는 건 1년에 3번...
명절 제사는 생략하고 부모님 기제사 2번, 조상의 날 모아서 1번 지내고 있다.
조금 번거롭지만 부모님과 함께했던 시간을 매개로 서로 공감하고
가족 간의 이런저런 소식을 전해 듣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이 크다 보니 제사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간다.
이제는 소소하지만, 식구들 좋아하는 음식들을 준비하며 제삿날을 즐긴다.
서너 시간 머물며 한 식탁에서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모습...
나 역시 부모지만 세상 모든 부모가 보고 싶은 그림이 아닐까...
그렇다고 내 자식 대까지 제사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결혼 해서.... 진정한 가족이 되기까지는
함께 한 만큼의 시간 저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시대에 그 시간 저축은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무엇보다 내가 그 시간 저축을 하기 위한 희생이 얼마나 고단한 지를 알기에...
아이들이 결혼하기 전 까지는 제사를 통해 내 마음을 가족들에게 저축 하고 싶다.
우리집에 새로운 식구가 생긴 그 시점부터는....
내 시대의 제사를 접고 다양한 방식으로 그때 그때 시간 저축을 해 가련다.
작정한 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길......ㅎㅎ
아버님 어머님 차린것 없지만 많이 드시고 가세요~
그럭저럭 식구들 모두 그날이 그날... 잘 이어지고 있어요..
앞으로도 가족들 건강하고 무탈하게 보살펴주시구요.....
사랑합니다~~^^
'일상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위에 집 나간 밥맛 찾아오기 ㅋㅋ.... [ 홈메이드 가지 버터구이 덮밥...] (12) | 2024.07.31 |
---|---|
일본 소도시 상가보다 매력 짱! 동인천 지하상가... [ 팟알 팥빙수는 덤~~ㅎㅎ ] (1) | 2024.07.22 |
복 날엔 녹두 넣은 삼계탕이지.....ㅋㅋ (13) | 2024.07.15 |
집밥 먹고 근황토크... ㅋ [ 강남 카페 맛집 파란만잔~ ] (28) | 2024.07.07 |
엊 저녁 부터 장마 시작..[ 비오는 날엔 애호박 넣고 바지락 국수~] (22) | 2024.06.30 |